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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를 뜨겁게 달군 제29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 결승 3번기가 예상치 못한 파행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중국의 커제 9단이 '사석 관리' 규정 위반으로 반칙패와 기권패를 당하면서, 한국의 변상일 9단이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발생했습니다.
커제의 연이은 실수, LG배 결승 2국 반칙패
2025년 1월 22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신관에서 열린 LG배 결승 2국에서 커제 9단은 전례 없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대국 초반 18수 만에 커제는 따낸 돌(사석)을 규정에 따라 사석 통에 넣지 않아 경고 1회와 벌점 2집을 받았습니다. 이어 80수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서 경고가 누적되어 결국 반칙패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 측은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지만, 한국 바둑 경기 규정에 따라 최종 반칙패가 선언되었습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반칙승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바둑계에 큰 충격을 안겼습니다.
세계대회 결승에서 반칙패와 기권패가 발생한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한국기원은 지난해 11월 바둑 경기 규정을 개정하여, 사석을 통에 보관하지 않는 경우 경고와 벌점을 부과하는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이 규정은 한국기원이 주최하는 모든 대회에 적용되며, 중국을 비롯한 외국 단체에도 사전에 공지되었다고 합니다.
LG배 결승 3국, 또다시 '사석' 문제로 파행
2025년 1월 23일, LG배 결승 3국에서도 '사석 관리' 문제가 재발했습니다. 흑을 잡은 커제는 초반부터 불리한 형세에 몰렸고, 우변에서 역전을 노리던 중 155수에서 백돌 1점을 따냈지만 사석 통에 넣지 않고 초시계 옆에 놓았습니다.
커제는 곧바로 실수를 알아채고 돌을 사석 통에 넣었지만, 영상 판독 결과 심판은 커제에게 경고와 벌점 2집을 선언했습니다. 전날 2국에서 같은 이유로 반칙패를 당했던 커제는 이번에도 경고를 받자 격렬하게 항의했고, 결국 대국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커제의 항의는 단순히 사석 규정에 대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심판이 변상일의 착수 상황에서 대국을 중단시켜 시간을 벌어주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커제는 심판에게 큰 소리로 항의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국은 장시간 중단되었고, 결국 커제가 대국 포기 의사를 밝히면서 변상일의 기권승으로 경기가 종료되었습니다.
한중 바둑 문화의 차이와 규정 논란
이번 사건의 핵심에는 한국과 중국의 바둑 문화 차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을 계가(집 계산) 때 사용하며, 선수들이 대국 도중 상대의 사석 수를 확인하고 형세를 판단합니다. 반면 중국 바둑에서는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으로 계가를 하기 때문에 사석이 큰 의미를 갖지 않습니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로 인해 중국 기사들은 평소 사석을 아무 곳에나 두는 경향이 있어, 이번과 같은 규정 위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국기원은 지난해 11월 규칙 개정을 통해 사석 관리에 대한 벌칙을 강화했습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세계대회에 적용되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규정이 바둑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으며, 세계대회의 품격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국기원의 새 규정은 지난해 11월 8일 '바둑 규칙과 경기 규정 개정위원회'에서 만들어졌습니다.
중국 바둑협회는 이번 사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발표하며, 현장에서 이의를 제기했으나 판정이 유지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대회 참가 전 한국 측이 바뀐 규칙을 중국 대표단에 알려주었고, 중국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바둑계의 반응과 향후 과제
이번 사건은 바둑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한국이 불리한 규칙을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일부에서는 정해진 규칙은 따라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세계 바둑계가 규칙의 통일성과 공정성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변상일 9단은 이번 우승으로 LG배에서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습니다. 2023년 춘란배 우승에 이어 통산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한 그는 3억 원의 우승 상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우승이 반칙승과 기권승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바둑 팬들은 두 강호의 실력 대결을 기대했지만, 규정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승부를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둑계는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국제 대회의 규정을 재검토하고,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합리적인 규칙 제정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도 공정한 경기 운영이 가능한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이번 LG배 결승전은 바둑의 본질보다는 규정 논란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 바둑계가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바둑이 진정한 국제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더욱 성숙해져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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